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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하나의 상황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력과 소비수준은 비할데 없이 높아졌지만 
인간성은 전면적으로 붕괴되고, 삶의 내적 상황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세계경제는 성장의 종언을 고하고 총체적 위기에 달했고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또 하나의 상황이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 재개발로 인해 삶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발업체들이 용역깡패들까지 동원해서 사람들을 몰아내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대해 분노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 인문학교실 <쿰> 참가자, 연지 





그래서 4월의 어느날,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렇게 국민이 무력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결코 본래적 의미의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의 주제는 
edoxe to demo('시민에 의해 의결되었다.') 입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유래한 말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제도는 
몇 가지 갖추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복수정당이 있어야 하고,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해야 하고, 
인권에 기초한 헌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민주국가에서도 그곳 시민들은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각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시스템과 주변 환경에 
본인이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도, 바꿀 수도 없다고 느낍니다. 
민주주의의 근원적 의미는 '인민의 자기통치'인데 말입지요. 

그리스의 정치철학자 카스토리아디스에 따르면 
'민주주의 성립의 기본 전제는 자주적 인간의 자율 혹은 자치에의 의지, 
즉, 자신의 삶은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규율하겠다는 의지'라고 합니다. 
스스로가 정한 규율에 의해서 내 삶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자기 삶의 결정권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요? 



자유는 통치하는 것과 통치받는 것을 번갈아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해 결정되어 지는 것을 말합니다.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내고 법을 제정하는 에클레시아가 있었고, 
시민들이 법의 심판을 이뤄내는 시민법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에 의해 결정된 사안을 실행에 옮기는 행정적인 
역할에 한정된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해 일명 '제비뽑기'가 이뤄졌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표자가 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요?
-인문학교실 <쿰> 참가자들의 물음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과연, 대표자로서의 능력은 어떤 것을 말할까요? 
모든 것이 시민들의 직접 민주주의로 결정되던 시대에 
그 대표자가 해야 하는 능력은 어떤 것이었을지 말입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한 일이었습니다. 
결정된 사항을 정직하게 실행에 옮기는 일. 
아테네 시민들은 모든 사람이 제우스신으로부터 
같은 몫의 정의감dike과 양심aidos을 받았기에 
누구나 대표자가 될 수 있고, 대표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다고 믿었습니다. 
그리스에서 직접민주주의나, 추첨제 선출제가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결정과 판결마다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edoxe to demo. 즉 시민에 의해 의결되었다고. 


101613_0807_History3.jpg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1781년 영국으로 부터 독립한 미합중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나라의 통치형태를 고민하던 일명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당시 13개의 주권국가를 두고 각자의 고유한 통치방식을 만들어가던 
제헌의회의 연합규약을 뒤엎고 단일한 연방제국가를 주장하게 됩니다. 
시민이 선출한 소수의 대표에게 정부를 위임한다는 공화제를 선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2천년동안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아테네 민주주의의 이름을 빌어와 
'민주주의'라고 이름붙입니다. 이른바 대의제 민주주의였습니다. 
하지만 대의제 민주주의는 '民의 직접 통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형태입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그러했듯이 가진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만든 민주주의는 
오로지 경제성장과 이윤획득이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그로인해 오늘날 우리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자유인'의 자율적, 자치적 삶이었음을 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자기 삶의 결정권'을 잃어버리고 
비민주적인 형태를 민주주의라고 믿으며 살아온 시간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오래된 고전을 펼쳐듭니다. 
다음주 인문학교실 <쿰> 기대해 주세요^^



인문학교실 <쿰> 4월 일정 
4/8(토) 생각하는데이 - 근원적 민주주의에 대하여 
4/15(토) 책읽는데이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4/22(토) 책읽는데이 - 마키아벨리 『군주론』
4/29(토) 글쓰기 프로젝트 - 민주주의는 민주적일까 

■ 대상 : 16세 이상 ~ 24세 이하 청소년, 대학생 
■ 참가비 : 한달 2만원 (4회진행) 
■ 일시 :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 5시 
■ 장소 : 서울시 도봉구 도봉숲속마을 
■ 신청하기 http://bit.ly/2ovmp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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